
언제나 착한 끝은 있다
<흥부전>을 읽고
하나. <흥부전> 정보
| 구분 | 상세 정보 |
| 저자 | 미상 (편저: 서정오 / 감수: 이부록) |
| 출판사 | 현암사 |
| 발행일 | 2011년 7월 10일 |
| 분량 | 약 200~240쪽 내외 (판본별 상이) |
| ISBN | 978-89-323-7296-9-73810(대표 ISBN) |
| 특징 | 원전의 맛을 살리면서도 현대인이 읽기 쉽게 풀어쓴 정본 시리즈 |
둘. <흥부전> 줄거리
욕심 많은 형 놀부는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한 채 동생 흥부를 빈손으로 내쫓는다. 흥부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 매품까지 팔며 가족을 부양하려 애쓰지만, 굶주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뻔한 제비를 구해주고 부러진 다리를 정성껏 고쳐준다.
이듬해 봄, 은혜를 갚으러 돌아온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자 커다란 박들이 열린다. 흥부 내외가 박을 타자 그 속에서 금은보화와 쌀, 온갖 가구와 집이 쏟아져 나와 흥부는 일약 거부가 된다. 이 소식을 듣고 시샘이 난 놀부는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분지른 뒤 고쳐주고 박씨를 얻는다.
기대에 부풀어 박을 탄 놀부 앞에는 보화 대신 상두꾼, 사당패, 강남 장군 등이 나타나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재산을 모두 앗아간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놀부를 흥부가 찾아가 따뜻하게 맞이하며, 형제는 화해하고 함께 복락을 누리며 살아간다.
셋.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이란?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은 한국 문학사에서 '구비 전승(입에서 입으로)'이 '기록 문학'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양식이다. 이들의 관계와 특징을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설명한다.
1. 적층적 구조: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쌓인 이야기
판소리는 한 명의 광대가 오랜 세월 여러 관객 앞에서 공연하며 다듬어진 예술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재미있는 대목은 늘어나고 지루한 부분은 깎여나갔다. 이렇게 형성된 사설이 소설로 정착되었기 때문에, 판소리계 소설은 한 명의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민초의 생각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적층적 문학'의 성격을 띤다. <흥부전>에 나타난 해학과 비속어, 절절한 신세 한탄은 바로 당대 민중들의 실제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2. 판소리계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운문(음악적 리듬)'과 '산문(이야기)'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소리꾼이 가락을 붙여 부르는 '창(唱)'과 말로 설명하는 '아니리'로 구성된다. 이러한 리듬감이 문장에 그대로 녹아 있어, 눈으로 읽어도 마치 판소리 한 대목을 듣는 듯한 4·4조의 율격이 느껴진다. 흥부가 박을 타는 장면이나 놀부가 심술 부리는 대목의 화려한 수식어들은 공연 예술의 생동감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3. 양반과 평민의 '이중적 가치관'
판소리는 시장터의 서민부터 대궐의 양반까지 모두가 즐기던 예술이었다. 따라서 판소리계 소설에는 두 계층의 시각이 공존한다.표면적 주제는 '권선징악'이나 '형제애' 같은 유교적인 양반의 가치관을 내세운다. 이면적 주제는 현실적인 '돈'의 문제, 신분 차별에 대한 저항, 지배층의 위선에 대한 조롱 등 서민들의 솔직한 욕망과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셋. <흥부전> 디베이트 논제
<논제 1> 흥부의 가난은 본인의 무능력에 의한 책임이 크다.
찬성 측: 양반의 체면을 차리느라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자식만 많이 낳은 무계획적 삶이다.
반대 측: 당시 사회가 토지를 잃은 농민(유민)이 자립하기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었다.
<논제 2> 생계를 위한 '매품' 자처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찬성 측: 당장 굶어 죽어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한 가장으로서의 숭고하고 절박한 선택이다.
반대 측: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여 돈을 버는 비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행위다.
<논제 3> 놀부가 흥부를 내쫓은 행위는 사유 재산권의 행사로 보아야 한다.
찬성 측: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관리는 장남인 놀부의 권한이며, 무능한 동생을 부양할 의무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반대 측: 형제간의 우애라는 인륜을 저버린 행위이며, 유산 독식은 도덕적으로나 관습적으로 부당하다.
<논제 4> 놀부의 박 속에서 나온 존재들에 의한 재산 몰수는 정당한 처벌인가?
찬성 측: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악행에 대한 통쾌한 '권선징악'이자 사회적 정의의 구현이다.
반대 측: 정식 재판 절차 없이 사적 제재(초자연적 힘)를 가해 재산을 뺏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논제 5> 현대 사회에서는 '착한 흥부'보다 '능력 있는 놀부'가 더 바람직한 인물상이다.
찬성 측: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자산을 지키고 증식시키는 능력이 실질적인 생존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반대 측: 능력이 있더라도 나눔과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해악이 된다.
다섯. <흥부전> 질문 나누기
1. 흥부가 매품까지 하면서 돈을 벌려는 이유
매품은 다른 사람이 받을 곤장을 대신 맞고 돈을 받는 일이다. 흥부가 이 위험한 일을 자처한 이유는 오로지 '가족의 생존' 때문이다.흥부는 자식이 19명이나 줄줄이 달려있다. 그런 자식들이 며칠째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남자로서의 체면이나 신체적 고통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흥부는 눈앞에 굶어가는 자식들을 위해 당장의 '밥'이 절실한 가장일 뿐이었다.
게다가 매품은 땅도 없고 기술도 없는 흥부가 당시 조선 후기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단시간에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기에 흥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 일자리 마저 흥부와 비슷한 극심한 생활을 하는 이웃 남자에게 빼앗기게 된다.
2. 흥부가 아내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
놀부에게 매를 맞고 쫓겨난 흥부가 도둑을 만났다고 둘러댄 이유는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형에게 매까지 맞았다는 사실을 알리면 아내의 마음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비루함이 섞여 사실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닸다.
또한 비록 굶주리고 매 맞았을지언정, 형제 사이의 불화와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가장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작가는 이 슬픈 상황을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흥부의 모습을 통해, 비극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판소리 특유의 해학을 보여준다.
3. 마지막 박을 열 때, 흥부가 상투를 보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 이유
흥부는 첫 번째 박을 탄 후 배불리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했다. 하지만 박을 타면서 연속적으로 행운이 계속되자 불안함을 느꼈다. 마지막 박을 열 때 상투를 보고는 앞서 받았던 모든 것들의 주인이 나온다고 생각하여 본능적으로 겁을 먹은 것이다.
흥부는 재물을 따로 차지 하거나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자식들을 배불리 먹였다는 사실만으로 주인이 따로 있는 박속의 물건들을 자신이 먼저 취했다고 생각해서 그 화를 입을까 무서웠던 것이다.
평소에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베풀며 살아온 흥부이건만 늘상 굶고 무시당하고 매맞던 상황이 자연스러운 흥부에게는 갑작스러운 행운이 계속 될리 없다는 자괴감이 생겼을 것이다. 흥부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 천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극도로 몸을 낮추어 빈 것이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리여라 당겨 주소.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놀고먹으며 살더라만
이내 팔자 사납기가 범보다도 윗길이아
뼈 빠지게 일을 해도 굶기를 밥 먹듯 하는구나.
몹쓸 놈의 팔자요 원수 놈의 가난일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여라 당겨 주소.
큰 아이는 저리 가고 작은 아이 이리 오너라.
이 박을 고이 타서 스르렁 뚝딱 두 쪽 나면
박속일랑 끓여 먹고 바가지는 내다 팔아
불쌍한 우리 식구 목숨 보전하여 보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여라 당겨 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다른 것은 그만두고
자르르 잘잘 쌀 한 됫박만 나오너라.
소르르 솔솔 쌀 두 됫박만 나오너라.
평생에 맺힌 것이 밥 한 술이 포원일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여라 당겨 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다른 것은 그만두고
땡그랑 땡땡 엽전 한 닢만 나오너라,
또르를 똘똘 엽전 두 닢만 나오너라.
평생에 맺힌 것이 돈 한 푼이 포원일세.
그런데 박 속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니 재물 임자가 아니라 갖은 일꾼들일세. 목수, 석수, 대장장이, 자귀장이, 톱장이, 미장이, 흙일꾼, 짐꾼...., 가지각색 장인들 연장 들고 짐을 지고 쏟아져 나오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어. 그 많은 일꾼들이 나와서는 뚝딱 뚝딱 집을 짓는데, 하루 해 갈 것도 없이 그저 밥 한 끼 먹을 동안에 대궐 같은 집을 지어 놓네. 네 귀번듯 들려 포르르 날아가는 기와집 아흔아홉 칸을 지어 놓고, 도배장판 반차 치장까지 훤하게 다 해 놓고는 그만 온 데 간 데가 없구나.
4. 놀부의 박 속에서 나온 것의 의미는?
놀부의 박 속에서 쏟아져 나온 존재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당시 조선 후기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놀부의 탐욕을 투영하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1) 채워지지 않는 주머니: '무한한 탐욕의 역설'
이것은 놀부가 가졌던 끝없는 물욕을 상징한다. 놀부는 더 많은 재물을 원했지만, 박에서 나온 주머니는 아무리 채워도 차지 않거나 혹은 놀부의 재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가진 자가 더 가지려 할 때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탐욕의 자가당착을 의미한다.
2) 상두꾼과 상주들: '사회적·윤리적 죽음'
놀부네 마당에 갑자기 상여가 들어오고 곡소리가 나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고 해학적이다. 유교 사회에서 장례는 신성한 것이지만, 놀부에게는 재산을 뜯어가는 '경제적 재앙'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동생을 외면한 놀부에게 '가족의 도리(효와 우애)'를 저버린 대가로*'죽음의 이미지'를 씌워 그의 집안을 몰락시키는 것이다.
3) 사당패, 각설이패: '부의 재분배와 유민(流民)의 역습'
남의 집을 떠돌며 노래와 춤으로 구걸하던 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온다. 놀부가 혼자 움켜쥐고 있던 부당한 재산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강제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놀부가 가장 천시하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털리는 설정을 통해 민초들의 대리 만족을 극대화한다.
4) 강남 장군: '절대적인 권징(勸懲)의 집행자'
동생을 내쫓은 죄를 묻기 위해 나타난 초자연적인 존재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심판을 상징한다.권력과 돈으로 법망을 피해 가던 악인이라 할지라도,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인과응보의 법칙 앞에 서게 됨을 보여준다. 흥부에게 '제비'가 복의 메신저였다면, 놀부에게 '장군'은 심판의 집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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