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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읽는 한국단편

하근찬의 <수난이대>_그럼에도 함께라면

by 고전윤쌤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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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함께라면

하근찬의 <수난이대>을 읽고

 

 

 

하나. 하근찬의 <수난이대> 정보

 

 

저자 하근찬 (河瑾燦, 1931~2007)

발표 1957년《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리얼리즘 소설

배경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의 어느 시골 마을

 

 

 

 

둘. 하근찬의 <수난이대> 줄거리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팔 하나를 잃은 아버지 박만도는 한국전쟁에 나갔던 아들 진수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들뜬 마음으로 역에 나간 만도는 아들에게 줄 고등어를 사 들고 기다린다. 그러나 기차에서 내린 아들 진수는 전쟁터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지팡이를 짚은 채 나타난다.

 

 만도는 아들의 처참한 모습에 홧증이 치밀면서도, 자식의 앞날이 걱정되어 눈물을 삼킨다. 두 사람은 주막에서 국밥을 먹으며 서로의 아픔을 확인한다. 다리를 잃어 막막해하는 아들에게 만도는 "나도 팔 하나로 잘만 살았다"며, 집안일은 자신이 할 테니 걱정 말라고 아들을 다독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자 앞에는 좁고 험한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가 하나뿐인 진수가 지팡이를 짚고 건너기엔 무리인 상황이다. 이때 팔이 하나뿐인 아버지가 다리가 하나뿐인 아들을 등에 업는다.

 

 

 

 

셋.  하근찬의 <수난이대> 핵심 배경

 

1. 아버지 박만도 :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박만도가 팔을 잃게 된 배경은 일제강점기 말기,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이다. 1930년대 후반부터 일본 제국주의는 침략 전쟁을 확대하며 한반도를 병참 기지로 삼았다.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국가총동원법'을 시행했고, 수많은 조선 청년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만도는 이 시기 남양 군도(태평양의 섬들)의 비행장 건설 현장에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다. 연합군의 공습 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로 왼쪽 팔을 잃게 된다.

 

 

2. 아들 박진수: 6·25 전쟁 (한국전쟁)

 

아들 진수가 다리를 잃게 된 배경은 광복 후 발발한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냉전 체제 아래 남북의 이념 대립이 폭발한 사건으로, 단순한 내전을 넘어 유엔군과 중공군이 개입한 국제전의 양상을 띠었다.

 

진수는 이 전쟁에 징집되어 국군으로 참전한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던 중 포탄 파편에 맞아 왼쪽 다리를 잃고 만다. 해방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민족 내계의 갈등과 이데올로기 전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보여준다.

 

 

 

 

넷.  하근찬의 <수난이대> 질문 나누기

 

 

1. 아들 진수를 보자마자 "에라이 이놈아!"**라고 소리를 지른 이유는

 

단순히 슬프거나 화가 나서가 아니라 슬픔과 허탈함의 역설적 표현이다. 만도는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역으로 마중을 나가며 귀한 고등어까지 사 들고 아들을 만날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아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리 한쪽이 없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충격도 컸기에, 그 당혹감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투로 터져 나온 것이다.

 

 만도는 자신이 이미 팔 하나를 잃고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왔기에, 그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들만큼은 온전한 몸으로 살길 바랐는데, 자신과 똑같은 '수난'을 겪게 된 것에 대해 세상을 향한 원망과 아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화(怒)의 형태로 분출된 것이다.

 

 

..앞장서 가는 만도는 뒤따라오는 진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한눈을 파는 법도 없었다. 무겁디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땅바닥만을 내려다보며, 이따금 끙끙거리면서 부지런히 걸어만 가는 것이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걷는 진수가 성한 사람의, 게다가 부지런히 걷는 걸음을 당해 낼 수는 도저히 없었다. ...진수는 목구멍을 왈칵 넘어오려는 뜨러운 기운을 꾹 참느라고 어금니를 야물게 깨물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두 개의 지팡이와 한 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대는 것이었다.

 

 

 

 

2. 외나무 다리란?

 만도가 진수를 업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의 의미는?

 

 

 

 외나무다리는 폭이 좁고 위태로워 건너기가 쉽지 않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거대한 풍랑을 겪어온 우리 민족의 시련을 상징한다. 특히 팔이 없는 만도와 다리가 없는 진수에게 이 다리는 혼자서는 절대 건널 수 없는 가혹한 생존의 장벽이다.

 

하지만 만도가 진수를 업고 다르를 건너는 모습에서 외나무다리는 비극을 희망으로 바꾸는 공간이 된다. 즉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아들이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는 행위는 서로의 부족한 신체를 합쳐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장애를 가족과 민족의 공동체적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외나무다리는 전쟁의 상처(과거)를 딛고 집(미래/일상)으로 돌아가는 통로이다. 만도가 진수를 업고 다리를 건너는 행위는, 앞선 세대의 고통(만도)이 다음 세대(진수)의 고통을 짊어지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강인한 삶의 의지를 상징한다.

 

 

 

"나 봐라, 팔뚝이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와 못 살아."

"차라리 아부지같이 팔이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다리가 없어 노니, 첫째 걸어 댕기기에 불편해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걸어 댕기기만 하면 뭐하노, 손을 지대로 놀려야 일이 뜻대로 되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집에 앉아서 할 일을 니가 하고, 나댕기메 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믄 안 되겠나. 그제?"

 

....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허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리면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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