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입은 동심의 아픈 성장기
윤홍길의 <종탑 아래에서>를 읽고
하나. 윤홍길의 <종탑 아래에서> 정보
저자 윤흥길 (尹興吉, 1942~)
출전 <숨소리>
갈래 중편 소설, 성장 소설, 전후 소설
배경 6·25 전쟁 중인 전라도의 어느 산골 마을
주제 6·25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극복 가능성의 탐색
둘. 윤홍길의 <종탑 아래에서> 줄거리
전쟁 중 피란 온 눈먼 소녀 명은과 시골 소년 건우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명은은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시력을 잃었다. 건우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저 전쟁을 호기심 가득한 놀이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명은과 가까이 지내면 점차 명은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마을 종지기 영감은 전쟁통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종소리로 달래는데, 명은은 그 종소리를 들으면 눈을 뜰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건우는 명은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종탑으로 향한다. 결국 두 아이가 종을 울리는 행위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간절한 몸짓을 상징한다.
셋. 전쟁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1. 건호 (시골 소년): 관찰자이자 호기심의 대상으로서의 전쟁
건호는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기보다는 마을을 지나가는 군인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등을 보며 전쟁을 인식한다. 전쟁의 위험성을 깊이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쟁놀이를 하거나 군인들을 따라다니는 등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전쟁을 대한다.전쟁은 건호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았기에, 그에게 전쟁은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한 사건일 뿐이다.
2. 명은 (피란민 소녀): 피해자이자 트라우마로서의 전쟁
명은은 서울에서 피란을 오던 중 부모가 눈앞에서 죽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으로 인해 심인성 시력 상실을 겪게 된다. 명은에게 전쟁은 빛을 앗아간 어둠 그 자체다. 외부 세계(전쟁 중인 현실)와 소통하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고, 예민하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전쟁은 명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따라서 명은에게 전쟁은 극복해야 할 공포이자, 종소리를 통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비극적 현실이다.
넷. 윤홍길의 <종탑 아래에서> 질문 나누기
1. 건호가 전황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앞 못 보는 명은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건호는 명은이 눈을 뜨지 못하는 이유가 육체적인 병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로 인한 심리적 충격 때문임을 직감한다. 건호는 전쟁이 끝나거나 전황이 좋아졌다는 소식이 명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다고 믿는다. 명은이 두려워하는 '전쟁'이라는 위협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그녀에게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주고 싶어 한다.
2. 명은이 종을 치겠다고 한 이유
마을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명은은 자신의 힘으로 직접 종을 울림으로써, 부모의 죽음 이후 닫혀버린 자신의 시각 세계를 회복하고 싶은 강렬한 생존 본능과 소망을 드러낸다. 전쟁의 소음(포성) 때문에 눈을 감아버린 명은은, 그 공포의 소리를 압도하는 장엄하고 성스러운 '종소리'를 스스로 만듦으로써 내면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한다.
옛날 어느 성에 용감한 기사와 바람처럼 빨리 달리는 백마가 살고 있었다. 기사는 사랑하는 백마를 타고 전쟁터마다 번번이 큰 공을 세워 성주로부터 푸짐한 상을 받곤 했다. 전쟁이 끝났다. 세월이 흘러 백마는 늙고 병들게 되었다. 그러자 기사는 자기와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백마를 외면한 채 전혀 돌보지 않았다. 늙고 병든 백마는 성내를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떤 종탑 앞에 이르렀다. 누구든지 종을 쳐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할 수 있게끔 성주가 세워 놓은 종탑이었다. ....그러다 종 줄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그만 종소리를 울리고 말았다. 종소리를 들은 성주가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부하에게 지시했다. 그리하여 백마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된 성주는 은혜를 저버린 기사를 벌주고 백마를 죽을 때까지 따뜻이 보살펴 주었다. ...
3. 명은에게 "누구든지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한 것이 후회된 이유
건호는 명은이 "종을 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간절하게 믿는 것을 보고 겁이 난다. 만약 종을 쳤는데도 눈을 뜨지 못한다면, 명은이 겪게 될 절망의 깊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명은을 기쁘게 해주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목숨을 걸고 종탑에 오르려는 명은의 처절한 태도를 보며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감을 실감한다. 명은의 간절함이 커질수록 건호는 자신이 거짓 희망을 준 것은 아닌지 괴로워한다.
또한 종탑은 아이들이 함부로 올라가기 위험한 곳이며, 종을 치는 행위 자체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눈먼 명은이 그 높은 곳까지 위태롭게 올라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그녀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에 자책감을 느낀다.
..명은이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동하 속의 늙고 병든 백마를 흉내 내고 싶은 것이었다. 버림박은 백마처럼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성주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이었다. 다름 아닌 눈을 뜨고 싶다는 소원을 하나님에게 전할 속셈임이 틀림없었다.
'질문으로 읽는 한국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순원의 <소나기>_풋풋해서 더 아련한 첫 사랑 (1) | 2026.03.15 |
|---|---|
| 이태준의 <꽃나무를 심어놓고>_떠날 수 밖에 없는 고향, 해체되는 가족 (1) | 2026.03.14 |
| 하근찬의 <수난이대>_그럼에도 함께라면 (0) | 2026.03.08 |
|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_처절한 부성애 (0) | 2026.03.06 |
|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_함께 있지만 철처히 혼자인 (0) | 2026.03.05 |